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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 - 예기불안(豫期不安)

by 김잿솜 2022. 1. 4.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미래는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일까.

 

미래.

많이도 부르짖었다.

떠올리면 온몸에 닭살이 돋아나는 것 같은 너,

1년, 3년, 10년 후.

 

비단 년(年)의 일만은 아니다.

당장 다음 달이, 당장 다음 주가, 당장 내일이 불안한 것이다.

이는 실체 없는 불안이 아니며 과대 해석된 근거는 더욱 아니다.

이미 겪어본 사건, 예기불안이다.

 

 

이제 와서 게임을 만들겠다느니, 시집을 내겠다느니, 회사를 세우겠다느니

다 부질없는 일 아닌가.

딱 3년인가 5년 전 똑같은 실수의 반복이다.

그땐 시도까지 가지 않아서 큰 쓴맛을 본 건 아니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눈 대신 비가 도로를 덮었다. 얇고 투명한 수막(水膜).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세상은 노란색이었다.

놓았던 개발을 다시 잡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던 나,

방에서 감상하는 이 없을 시를 짓고 있었을 뿐이다.

 

그 시절의 나는 나의 글이 세상에 널리 퍼지리라 굳게 믿고 있었고

믿음은 세상에 글을 내놓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때쯤 나 스스로도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세상이 노란색에서 흰색으로 변해가는 사이에

나무가 제 속살을 드러내고 바람이 뾰족한 가시를 드리우는 동안

나는 대부분의 시간에 누워있었고, 나머지는 게임, 영상, 소셜미디어-

쏟아지는 뉴미디어 콘텐츠를 바라보았다.

 

본래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쏟아지는 눈과 걱정 속에서

나는 꽤나 과감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나의 실패는 늘 과정이 비슷하다.

의지, 꿈, 희망, 목표의식, 그런 것들에 매몰된 채

현실적으로 좇아야 할 가치에서 멀어진다.

 

한 번 모르면 실수이고

두 번 모르면 바보이며

세 번 모르면 그건, 나다.

 

이제는 대충 알고 있다.

반복되는 실패와 나의 실체에 대하여.

그렇기에 지금 느껴지는 거대한 불안감은

예기불안(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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