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 5 - 그냥 그냥. 겉보기에 속 편한 단어처럼 보인다. 모든 것의 이유이자 어떤 것의 이유조차 아닌 말. 어느쪽이든- 세상에나, 이런 블로그가 있었다니. 스스로도 잊고 있었다. 바빠서 잊거나 아파서 잊은건 아니고, 그냥 잊었다. 오랜 기록들(얼마 없긴 하지만)을 살펴보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잿솜출판, 아무것도 없던 조그맣고 하얀 방에서 마음을 다잡던 날. 건조하고 추운 겨울, 터 잡을 곳 없어 외로이 방황하던 그 시기. 2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는 조금 더 넓은 방에서 마음을 다잡는 날. 여전히 춥고 건조하지만 같이 방황할 사람들이 있어 살이 덜 아린 겨울. 잿솜출판은 잠시 접어뒀다. 글은 내려놓았으며, 개발도 직접 건드릴 일은 없어졌다. 그 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줄 사람들이 생겼으므로. 내 할 일은 하나다. 이.. 2024. 1. 29. 4 - 지나가다 이 블로그를 보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지나가다 글을 남긴다. 그동안 할 말도 하고픈 말도 많았지만 글로 적지는 않았다. 가장 큰 까닭은 역시 나태일 것이고, 잠시 그 외 등등의 사유를 읊어보자면 일정에 관한 핑계, 건강, 글에 대한 매너리즘 정도가 있겠다.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해나가야 하나 난감했던 부분도 있다. 당장 이 '사설' 탭만 봐도 내용이 들쑥날쑥이다. 심지어 0화에는 존댓말로 쓰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계획으로만 보았을 때 이 블로그에는 조금 더 풍부한 내용이 있을 예정이었다. 이센스의 'The Anecdote' 하나밖에 올리지 않은 음반 후기에는 24:26, 킁, 1Q87, UGRS 등 다양한 힙합 음반의 후기를 다룰 예정이었다. 커다란 게으름과 함께 '내가 뭐라고 이걸 평.. 2022. 10. 27. 3 - 경과 이런 블로그는 세상에 또 없을거다. 어쩌면 많을지도 모르고,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블로그를 꽤 오래 방치했다. 그럼에도 한두명이 간간히 검색으로 들어오더라. 실수로 클릭했거나, 리뷰같은 것에 낚였거나 그런 경우로 생각된다. 방치한 핑계야 오만가지를 댈 수 있지만 가장 큰 건 크게 쓸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일들은 개인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너무 빠르게 변화하며 흘러가고 있고 그 과정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록이 크게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치되는 블로그야 많겠지만 이렇게 수시로 말을 바꿔대는 블로그는 또 없을것이다. 나 자체가 그런 사람이라 그러려니 하고 봐야한다. 자세한 근황은 다음에 담고, 흘려놓은 말부터 주워담자면 개발하던 (정확히는 시작밖에 안한) 기획들 전부 엎었다.. 2022. 2. 17. 2 - 예기불안(豫期不安)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미래는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일까. 미래. 많이도 부르짖었다. 떠올리면 온몸에 닭살이 돋아나는 것 같은 너, 1년, 3년, 10년 후. 비단 년(年)의 일만은 아니다. 당장 다음 달이, 당장 다음 주가, 당장 내일이 불안한 것이다. 이는 실체 없는 불안이 아니며 과대 해석된 근거는 더욱 아니다. 이미 겪어본 사건, 예기불안이다. 이제 와서 게임을 만들겠다느니, 시집을 내겠다느니, 회사를 세우겠다느니 다 부질없는 일 아닌가. 딱 3년인가 5년 전 똑같은 실수의 반복이다. 그땐 시도까지 가지 않아서 큰 쓴맛을 본 건 아니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세상은 노란색이었다. 놓았던 개발을 다시 잡으리라고는 상상도 .. 2022. 1. 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