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5 - 그냥 그냥. 겉보기에 속 편한 단어처럼 보인다. 모든 것의 이유이자 어떤 것의 이유조차 아닌 말. 어느쪽이든- 세상에나, 이런 블로그가 있었다니. 스스로도 잊고 있었다. 바빠서 잊거나 아파서 잊은건 아니고, 그냥 잊었다. 오랜 기록들(얼마 없긴 하지만)을 살펴보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잿솜출판, 아무것도 없던 조그맣고 하얀 방에서 마음을 다잡던 날. 건조하고 추운 겨울, 터 잡을 곳 없어 외로이 방황하던 그 시기. 2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는 조금 더 넓은 방에서 마음을 다잡는 날. 여전히 춥고 건조하지만 같이 방황할 사람들이 있어 살이 덜 아린 겨울. 잿솜출판은 잠시 접어뒀다. 글은 내려놓았으며, 개발도 직접 건드릴 일은 없어졌다. 그 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줄 사람들이 생겼으므로. 내 할 일은 하나다. 이.. 2024. 1. 29. 김솜 - 커피, 애프터 이펙트 - 커피에서 물 맛이 난다. 커피 향 물, 커피 특유의 쓴 맛과 산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내가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셨다. 어린 내 눈에 어른들의 음료로 보였던 커피, 그것을 어머니 몰래 입에 대며 느낀 감정은 ‘어른들은 이렇게 쓴 음료를 대체 왜 마시는 거지?’였다. 그랬던 내가 이젠 커피를 물 마냥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 물 같은 것이 아니라 이 커피에서는 정말 물 맛이 난다. 혹시 정말 물은 아닐까 컵을 쳐다본다. 늘 마시던 색 - 얼음이 조금 녹아 약간 연해진 - 사무실 건물 1층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이다. 이건 분명 물이 아니다. 그저 내게 너무 익숙해진 맛과 향의 커피일 뿐이다. 평소라면 찾지 않을 편의점 캔 커피를 사 왔다. 그것도 설탕이 잔뜩 들어가 단 맛밖에 안나.. 2022. 4.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