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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솜출판5

5 - 그냥 그냥. 겉보기에 속 편한 단어처럼 보인다. 모든 것의 이유이자 어떤 것의 이유조차 아닌 말. 어느쪽이든- 세상에나, 이런 블로그가 있었다니. 스스로도 잊고 있었다. 바빠서 잊거나 아파서 잊은건 아니고, 그냥 잊었다. 오랜 기록들(얼마 없긴 하지만)을 살펴보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잿솜출판, 아무것도 없던 조그맣고 하얀 방에서 마음을 다잡던 날. 건조하고 추운 겨울, 터 잡을 곳 없어 외로이 방황하던 그 시기. 2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는 조금 더 넓은 방에서 마음을 다잡는 날. 여전히 춥고 건조하지만 같이 방황할 사람들이 있어 살이 덜 아린 겨울. 잿솜출판은 잠시 접어뒀다. 글은 내려놓았으며, 개발도 직접 건드릴 일은 없어졌다. 그 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줄 사람들이 생겼으므로. 내 할 일은 하나다. 이.. 2024. 1. 29.
김솜 - 자갈 때때로 자갈밭 파도 소리 앞에 서면 내가 사랑했던 돌 저는 작은 모래 조각을 찾습니다 -나를 아시나요 내가 사랑하는 돌 저가 떠올리면 둥근 추억이 됩니다 -나를 기억하나요 내가 사랑할 돌 저에게 모난 품을 내어줍니다 -나를 안아줘요 저는 나를 모르겠어서 출렁이는 자갈 사이 헤매입니다 떨리는 두 손으로 한껏 출렁이는 자갈들을 헤아립니다 2022. 6. 11.
김솜 - 달에게 쓰는 편지 - 손이 희멀겋다 달빛이 비치어서 피가 안 통해서 창백하게 죽어가는 건가 새하얗게 살아가는 거지 척추에서 가시처럼 돋은 마디 마디에서 손을 거쳐 다시 마디 과학이 말하길 절지가 아닌 나 피부를 감싼 창백이 이리도 단단하건만 - 손을 둥글게 말아 만든 흰색 망원경 -어릴 적 써본 것과 닮았다 유리창을 렌즈 삼아 하늘을 보니 나를 보고 하얗게 질린 것 같아 미안 시작 또는 끝에 대한 질문 우연일까 필연일까 답은 모르고 답을 아는 너는 죽어있어 말할 수 없다 더 이상 마디를 잇지 못한 나는 그냥 2022. 2. 17.
3 - 경과 이런 블로그는 세상에 또 없을거다. 어쩌면 많을지도 모르고,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블로그를 꽤 오래 방치했다. 그럼에도 한두명이 간간히 검색으로 들어오더라. 실수로 클릭했거나, 리뷰같은 것에 낚였거나 그런 경우로 생각된다. 방치한 핑계야 오만가지를 댈 수 있지만 가장 큰 건 크게 쓸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일들은 개인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너무 빠르게 변화하며 흘러가고 있고 그 과정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록이 크게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치되는 블로그야 많겠지만 이렇게 수시로 말을 바꿔대는 블로그는 또 없을것이다. 나 자체가 그런 사람이라 그러려니 하고 봐야한다. 자세한 근황은 다음에 담고, 흘려놓은 말부터 주워담자면 개발하던 (정확히는 시작밖에 안한) 기획들 전부 엎었다.. 2022.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