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필, 소설

김솜 - 탕!

김잿솜 2022. 1. 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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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으로부터 이천

그리고 한 번 더

사막 마을에 우연히 떨어졌더니

법에 사랑하라는 말이 없어

이럴 때만은 에덴이 부럽다

 

사랑도 오래되면 변하는 법

여긴 이미 마음이 식어서 서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게 뭐람

마을, 하면 그건 생경한 언어

 

띵동 띵동

초인종을 누르면 조용해지는 집안

버튼을 톡 치면 이웃이 사라지는 마을

그만큼 쉽게 안아주는 도구는 없으려나

 

그러려면 우선 사람 대신 쇠를 미워하고

화약을 미워하고 기름을 미워해야 하는데

다 이 땅에서 꺼내온 것들

나도 빚진 신세라 이을 말이 없다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접었다 펴면

쇠를 미워하되 사람은 밉지 않아

이 말이 자칫 나조차도 사람인데, 가 될 수 있어서

 

북쪽의 철 울타리에 서리가 내려앉았다는

내 멀고도 미운 친구의 소식에

벌써 스물한 번도 더 지난 사랑인가

하며 댓바람 호들갑을 떤다

 

분명 미웠던 참인데

다시 떠올려보니 그리운

 

안아줄게, 와 쏴줄게,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두 팔을 표적지처럼 크게 벌리던 친구

그게 벌써 수십만 밤은 더 지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