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필, 소설

김솜 - 달에게 쓰는 편지

김잿솜 2022. 2.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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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희멀겋다

달빛이 비치어서

피가 안 통해서

창백하게 죽어가는 건가

새하얗게 살아가는 거지

 

척추에서 가시처럼 돋은 마디

마디에서 손을 거쳐 다시 마디

과학이 말하길

절지가 아닌 나

피부를 감싼 창백이 이리도 단단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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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둥글게 말아 만든 흰색 망원경

-어릴 적 써본 것과 닮았다

유리창을 렌즈 삼아 하늘을 보니

나를 보고 하얗게 질린 것 같아

미안

 

시작 또는 끝에 대한 질문

우연일까 필연일까

답은 모르고

답을 아는 너는

죽어있어 말할 수 없다

더 이상 마디를 잇지 못한 나는

그냥